[서평]김선우 발원

김선우의 발원은 원효의 일생을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구성한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게 된 것은 원효에 대한 글들을 써야해서 머리를 식힐 겸 고른 것도 있지만, 유명한 재야철학자와 정혜신 의사가 추천해서, 그리고 문제가 된 재야철학가의 의상 폄하에 대해서도 확인해보고 싶어서였다.

솔직히 말하면, 주인공이 원효와 요석이고 배경이 신라시대일 뿐이지, 지금 사회운동가들의 애환(?)을 그려낸 소설이다.

육두품 출신인 원효는 화랑이 되기 위해 서라벌에 갔다가 권력욕이 강한 인물 야신이 계략에 의해 위기에 빠지고, 자신을 도와준 백제군을 살려 화랑될 기회를 포기하고 출가한다. 수행하면서도 부정의한 일은 외면하지 않고, 소외된 이들의 마을 아미타림 사람들과 교류하며 사회참여적 삶을 산다. 이 책에서 요석은 매우 적극적인 여성으로, 어릴 적 원효와 한 번 만나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졌고, 아미타림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사랑을 마음에 품고 원효를 지켜보는 사랑을 한다. 원효의 파계와 관련해서는 아버지 김춘추의 야망에 의해 정략결혼을 하게 된 요석이 과부가 된 이후 삶을 망가져가는 것을 지켜볼 수 없는 원효의 애틋한 마음으로 표현했고, 그들의 사랑을 완전한 결합으로 아름답게 묘사했다.

이 책에서 요석은 귀족 출신이지만, 가난하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착한 사회운동가이고, 원효는 부정의에 핍박 받았으나 굴하지 않고 부정의에 저항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 핍박속에서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가는 원효, 그래서 정혜신 의사가 힐링 서적이라고 극찬한 듯 했다. 중간중간 한국사회의 문제들을 당시의 사건으로 변환시켜 삽입하여, 권력층의 피지배 계층의 핍박, 당시 권력층과 원효와의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아버지가 공사하다 깔려죽은 분황사 지장전 참배를 요구하며 높은 불상에 올라가 고공 농성을 하다 죽은 여자아이, 원효와 요석과 함께 하다 탄압받는 사회에서 배제된 이들의 마을 아미타림 등등 발원을 읽는 내내 신라시대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또한 문제가 된 추천서는 단지 철학자가 의상을 폄하하기 위해 단순히 개인적 의견을 피력했다기 보다는, 소설 속 구도를 좀 극명하게 드러내고, 부연 설명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한다.  소설 속에 의상은 국사자리를 받기로 약속하고 대신에 원효를 당나라로 데려가는 임무를 맡은 인물로 나온다. 소설에서 의상과 원효를 권력에 부합하는 인물과 권력에 저항하는 인물로 대비해 놓았으니 추천서에서 의상을 권력영합적 인물로 몰았다는 것만 비판하는 것은 좀 공평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그 추천서는 의상을 좀 많이 폄하하기는 했다.

전체적으로 시대를 반영해서 원효를 재구성했다는 점, 요석공주의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은 새롭고 흥미로왔으나, 선악의 대비가 너무 단순하고, 원효와 요석 등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인데다가 역사적 배경과 주인공만 가져왔을 뿐 내용은 현대한국사회를 각색한 것이기 때문에 솔직히 처음에는 읽기가 불편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글이 흡입력이 있었다. 김선우 작가가 글을 참 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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