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인간에 대한 예의

한국에서 인문학이 붐이란다. 인문학은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인간에 관한 학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 서적을 읽고, 어떤 이들은 인문학 강의를 하러 다니느라고 바빠 보인다. 그런데도 사회가 갑질과 부정의가 묵인되는 분위기인 것을 보면 무언가 중요한 게 빠진 것 같다.  무엇을 위해서 사람들은 인문학을 공부하는걸까?

어떤 이들에게 인문학 공부는 장식품같다. 교양을 쌓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멋진 고전의 구절들과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많이 기억하는 게 정말 인문학을 제대로 공부하는 것일까?솔직히 고전의 구절을 인용하며 현학적인 단어들을 쓰는 사람을 보면 있어보이고 멋져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에서 멈추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대학원을 다닐 때, 나의 성격은 정말로 불 같았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께서는 내게 말씀하셨다. 철학을 공부한다는 사람이 왜 그모냥이냐?  당시에는 아버지의 그런 핀잔에 억울해하며 철학공부는 인격도야랑은 상관없는 것이라고 항변했었으나 그런 아버지 덕분에 인격적 성숙을 가져오지 못하는 인문학이란 빈 껍질이라는 사실을 마음 한켠에 간직할 수 있었다. 인문학은 지식을 쌓는 게 아니라 사람의 변화를 끌어내는 학문이며, 삶 속에서 실천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 인문학 공부는 돈을 벌고 성공하기 위한 수단 같다.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세계의 성공한 사람들이 인문학을  공부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을 인문학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성공과 인문학이 공존할 수 없는 모순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인문학이 돈 버는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얼마 전 한 유명한 인문학 강사가 돈을 버는 것도 인간관계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말을 보고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이 돈에 관심이 많기에 이를  고리삼아 사람들을 인문학적 논의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그 방식이 오히려 인문학을 자본주의의 도구로 자리매김시키는 것 같아 영 석연치 않다.

인문학은 교양을 위한 것도 아니고, 성공을 위한 수단도 아니다. 이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한 학문이다. 자신을 포함한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인간이 이루어온 여러 공과를 성찰하며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인문학이다.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게되면 타인에게 야박하게 대할 수 없는 것이며, 과거의 역사 속에서 인류들의 행위가 불러온 결과를 본다면,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을 보면 타인에게 너무나 공격적이고 배타적이며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문학은 껍질만 유행하며 실제 인문정신은 여전히 저기 어디 먼지속에 쳐박혀 있다.

인간에 대한 예의란 단지 형식적인 예의차리기가 아니다. 이는 자신을 포함한 타자에 대한 존중에서 나온다. 어떠한 사람도 열등하지 않고 한 인격적 존재로 평등하다는 생각을 가질 때 인간 존중이 가능하며, 인간에 대한 예의가 비로소 제대로 표출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남들보다 뛰어난 존재이고자 하기에 이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자만심과 우월감을 내려놓으며 건전한 자존감을 갖게 하는 것이 인문학 공부의 첫 걸음인 것이다.

어떤 인문학 공부를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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