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hibition] Lost King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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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에서 열리는 초기 동남아시아 조각전 (Lost Kingdom)에 다녀왔다. 항상 쫓기며 다니던 박물관 관광이 아니라 시간을 가지고 2시간 넘게 작품을 하나하나 볼 수 있어서 좀 더 많은 것을 기억하고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근대 이전의 많은 미술품들은 지역에 관계없이 종교와 관련 있는데 이번 전시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동남아 조각전이었기에 당연히 불상들만 있을 줄 알았으나, 의외로 힌두신상들이 많았다. 초기에 힌두교와 불교가 같이 전파되었고, 둘의 경쟁시기를 거쳐서 불교가 국가종교로 자리를 잡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힌두교 전통 또한 뿌리 내려있었다. 내가 알던 것과 달리 힌두교는 인도의 지역종교가 아니라 동남아를 관통하는 하나의 문화였던 거다. 도교문화의 일부가 한국 일본 문화에 흡수되어 있는 것과 유사하지만, 실제 힌두교의 동남아 지역의 영향은 그 보다 더 영향력이 컸던 것 같다.

전시된 조각상 속에서 역사 안에 살아있는 인간들의 기본적 욕망들을 엿볼 수 있었다.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려는 것은 어느 기득권이나 똑같았다. 힌두신 비슈누는 그가 가진 ‘질서 유지’의 상징때문에 왕권수호의 신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받들어졌다. 참고로 힌두교의 중요한 다른 두 신인 브라만과 쉬바는 각각 창조와 죽음을 상징한다. 후대에 갈 수록 브라만의  창조의 속성은 쉬바나 비슈누에 흡수되어 브라만은 명목상의 창조신의 자리를 유지하긴 한다. 후대 비슈누와 관련된 신화에서 브라만은 자면서 휴식을 취하는 비슈누의 배꼽에서 자란 연꽃에서 태어나 세상을 창조한 것으로 나온다.  쉬바가 아닌 비슈누가 왕권수호신으로 숭배되었던 것이 흥미로왔다. 신이라는 존재에 의지하면서 그렇게까지 지키고 싶은 게 권력인 거였다. 그렇게 보면 한국의 기득권층의 권력유지 욕망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인간사에서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부유함과 건강일 것이다.  쉬바와 그의 가족은 이러한 세속적인 부와 풍요로움, 건강을 부여해주는 신으로 숭배되었다. 쉬바는 삼신체계에서 파괴와 혼돈을 담당하긴하지만, 실제 사람들의 신앙생활에서 생명력과 번식력과 관계되어 있다. 그리이스 식으로 보면 디오니소스적 에너지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비슈는는 아폴론에 비유해볼 수 있다. 그래서 쉬바는 신의 형상 뿐만 아니라 남근 (링가) 형상으로도 숭배된다. 세계 제일의 신의 자리를 다툴 때 쉬바가 힘찬 남근의 용솟음으로 제일 높은 곳에 먼저 올라가 브라만과 비슈누를  굴복시켰다는 신화도 있다. 그 외에 그는 수행력이 높은 요기로도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의 아들 가네샤는 부를 가져오고 건강과 재앙을 막아주는 신으로 인도 뿐만 아니라 동남아 지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편 후대에는 쉬바와 비슈누가 한 상에 반쪽씩 합쳐져 나타나며 이 모든 욕망을 한꺼번에 통합하여 투사하고 있기도 했다.

불교 조각들도 이런 기복신앙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보살신앙을 중심으로 기복적 요소가 여전히 지속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보살의 수인이 주로 오른손은 소원을 들어주는 여원인과 왼손은 연꽃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불상의 경우는 선정인과 항마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한국이나 동아시아에서 볼 수 있는 통인(여원인과 보호를 이야기하는 시무외인)은 불상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가네샤상에서만 볼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조각들이 동아시아 불상들처럼 옷주름이 화려하게 묘사되지 않고 거의 민자에 가깝게 옷주름이 없었다. 그리고 후기 조각의 경우, 즉 인도에서 들여온 조각품의 모사가 아닌 후대 작품의 경우 동남아시아인의 인상을 닮았었다.

동남아시아 조각들. 지역적 특성에 따라 조각의 모양은 달라졌지만, 그 안의 면면히 흐르는 인간의 욕망들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종교는 어쩌면 이러한 욕망들, 부와 건강/안전, 더 나아가 이 둘을 거머쥘 수 있는 권력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또 다른 욕망의 발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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