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꽈르릉하고 무너지고
생각도 않던 곳에서
파란 하늘 같은 것이 보이곤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의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나는 멋부릴 실마리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다정한 선물을 바쳐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몰랐고
깨끗한 눈짓만을 남기고 모두 떠나가 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의 머리는 텅 비고
나의 마음은 무디었고
손발만이 밤색으로 빛났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의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그런 엉터리 없는 일이 있느냐고
블라우스의 팔을 걷어올리고 비굴한
거리를 쏘다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는 재즈가 넘쳤다
담배 연기를 처음 마셨을 때처럼 어질어질 하면서
나는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마구 즐겼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아주 불행했고
나는 아주 얼빠졌었고
나는 무척 쓸쓸했다

때문에 결심했다 될수록이면 오래 살기로
나이 들어서 굉장히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불란서의 루오 할아버지 같이 그렇게

-이바라기 노리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남들이 예쁜 나이라 부르던 20대.. 나도 정말 불행했고, 얼빠졌었고, 무진장 쓸쓸했다.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정신 없이 달린 뒤 대학시절 내내 무언가를 찾기 위해 헤매었었다. 아마도 새로운 목표를 찾기위해서였던 것이었다. 무언가 끈끈한 우정과 학문의 열정으로 가득찬 곳을 꿈꾸었던 그 시절,  내가 처음 마주한 것은 고등학교와 다를 바 없는 수업과 배제와 차별이었다. 고등학교때처럼 줄을 맞춰 배열된 책상에 앉아 학생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선생의 말을 받아적기에 바빴다. 교양 국어수업은 수강자가 겨우 60명이었음에도 심지어 번호순대로 좌석표를 만들어 앉히고, 수업을 빠지면 빈좌석을 체크하는 방식을 취했다. 나는 그 속박감이 싫어서 일부러 좌석제 수업을 빠지기도 했었다. 어느 수업시간에 문득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니, 단지 나만 고개를 들고 선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고개 숙인 채 사각사각 필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거대한 실망감과 마주했었다. 그 실망감을 공유하며 함께 나갈 친구를 찾았다고 생각했으나.. 그 관계 또한 나를 힘들게 하였었다. 이 시처럼.. 나의 20대는 그렇게 불행했고, 쓸쓸했다.. 얼빠져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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